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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같이 일하는 여직원 한 명이 조심스럽게 내게 말을 걸었습니다.

잠시 드릴 말씀이 있다고요.

평소 아래 직원들과 흉어물 없이 지낸다고 생각했기에 편하게 말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직원이 내게 해 준말로 인해 나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여직원 말이 내가 너무 권위적이라 매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권위적이라 생각되는 상사에게 당신은 권위적이라 힘들어요하고 말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오죽했으면 그렇게 말했을까 생각하니 한 편 미안하기도 하고

한 편으론 직원들과 격의없이 지낸다고 스스로를 생각하던 터라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여직원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자기의 모습을 제대로 모르는 착각이 얼마나 많을까요?

 

 

 

 

어느 칼럼에서 수년 전에 읽었던 글입니다.

조선 시대 성군이라 일컬어지는 정조 대왕 때의 일이라고 합니다.

어느 양반집에서 자기 집에서 부리는 하인을 이유도 없이 죽도록 팼습니다.

하인은 너무 억울했습니다.

아무리 천대받는 하인이기로서니 이유도 없이 죽도록 때린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죠.

너무도 분하고 서러워서 급기야 하인은 관가에 가서 주인을 고발했습니다.

 

 

 

 

관가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사정을 조사해 보니 주인이 정말 아무런 잘못도 없는 하인을 그냥 때린 것이었습니다.

이유도 없이 사람을 때렸으니, 그것도 죽도록 때렸으니 분명 잘못한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하인을 때렸다고 주인 되는 양반을 벌하기도 난처했습니다.

상놈을 때렸다고 양반을 처벌하기도 곤란했던 것이었습니다.

 

관가의 관리들은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이 일은 소문을 타고 조선 팔도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 이야기가 조정에까지 흘러들어 갔습니다.

 

조정의 대신들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주인이 잘못한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양반을 벌하기고 그렇고...

누구는 벌을 줘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아무리 그래도 하인을 때렸다는 죄목으로 양반을 벌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정조 대왕께서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정조대왕께서는 과연 무엇이라 판결을 내리셨을까요?

정조 대왕 정도면 양반을 혼내라고 하셨을 거라 기대하지만 반대였습니다.

정조대왕은 오히려 하인을 벌하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인이 억울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주인을 고발한다는 것은 반상의 법도에 맞지 않다는 것이죠.

이런 걸 그대로 두면 하극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사회적 인식에 매여 살고 있습니다.

그런 인식이야 과거로부터 이어져 오는 것이고 그것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면

사회유지에 필요한 나름의 역할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구 시대적인 인식도 있을 겁니다.

만약 지금 회사에서 여직원에게 미스 김하고 부른다거나 커피 타오라고 한다면

한참 뒤처진 구시대 인물이라는 평을 들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무의식적인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 자기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스스로 파악하고 벗어버릴 때 시대에 뒤처지지 않을 겁니다.

그뿐 아니라 그러한 자신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이 없게 될 겁니다.

 

80대 20의 법칙이 있습니다.

그 법칙에 의하면 어느 조직이나 골치 아픈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만약 자신이 속한 조직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자신이 바로 그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의 모습이 어떠한 지 수시로 돌아보고 반성하는 반성형 인간이 되야겠습니다.

그것이 과거의 인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간으로 도전하는 길일 겁니다.

소크라테스의 말은 그래서 아직도 유효합니다.

"너 자신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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